[케어레터 Vol.19 - 시.읽.남] 100세 시대, 천만 시니어가 ‘콘텐츠 시장 판도’를 바꾼다
2025.05.26
'콘텐츠 시장'도 이젠 시니어 전성시대
안녕하세요. 시니어 산업 읽어주는 남자 박재병입니다.
최근 시니어 산업이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서 F&B, 패션, 시니어 하우징 등 의식주를 둘러싼 산업은 물론
헬스케어, 금융, 모빌리티에 이르기까지 시니어를 중심에 둔 ‘실버 산업’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죠.
그런데 아직은 조금 낯설지만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매우 흥미로운 영역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콘텐츠 산업’ 분야입니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이자 사상가 요한 하위징아는 저서 ‘호모 루덴스(Homo Ludens)’를 통해
“인간은 본성적으로 놀이를 추구하는 존재”라 말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즐거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이 본성은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즐거움이 있듯 당연히 65세 이상 시니어들에게도 그 나이대의 감성과 기쁨,
문화를 향유하는 즐거움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시니어를 주인공으로 주목하는 다양한 콘텐츠는
시니어의 삶에 활력을 더하는 한편, 산업계에는 새로운 장을 여는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레터에서는 ‘시니어 콘텐츠’ 분야의 성장과 더불어,
시니어 산업계가 이 흐름에 대해 왜 주목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 합니다 :)
🔶 시니어 시청자는 더 이상 ‘니치 타겟’이 아니다
TV 시청과 라디오 청취 등은 시니어에게 가장 친숙한 여가 활동 중 하나입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95.3%가 TV나 라디오를 시청 및 청취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3.9시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깨어 있는 시간의 약 4분의 1을 ‘콘텐츠 소비’에 할애하고 있는 것이죠.
몸이 불편한 경우 평균 시청 시간은 4.4시간으로 더 길어졌고, 5시간 이상 장시간 시청 또는 청취 비율도 29.4%에 달했습니다.
기존의 TV 뿐만이 아닙니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능한 이들은 디지털 콘텐츠 역시 다양하게 즐기고 있죠.
실제로 같은 조사에서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로 TV 및 유튜브 시청, 라디오 청취 등을 다양하게 즐기는 노인은 무려 43.7%에 달했습니다.
시니어 2명 중 1명은 스마트기기를 통한 디지털 콘텐츠를 적극 즐기고 있는 것인데요. 심지어 방통위가 지난해 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60대 60.7% 이상은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인식하며 오히려 TV(38.6%)보다 스마트폰을 더 중요한 매체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젊은 층 못지 않게 OTT 콘텐츠를 적극 즐기는 어르신도 적지 않습니다.
방통위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발표한 '2024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시니어 OTT 이용은 점점 보편화되는 추세입니다.
연령별 OTT 이용률 조사에서 50대는 85.9%, 60대는 66.7%를 기록했죠. 70대 이상 연령대 역시 27.1%가 OTT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시 기준으로 표본을 좁혀보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올 2월 발표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중장년층 중 OTT를 이용하는 50대는 95.8%, 60대는 91.4%인 것으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시니어들의 콘텐츠 소비력은 곧 ‘시니어 콘텐츠 시장의 잠재력’으로 직결됩니다.
65세 이상 인구 수가 ‘1천만 명’을 넘겨 계속 늘어나는 것을 고려해보면, 정확히 그만큼의 콘텐츠 소비자층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이들이 콘텐츠 시장 내 무시할 수 없는 메인스트림 고객층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당연지사겠죠.
시니어 연령층을 집중 공략하는 ‘시니어 콘텐츠’ 산업이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콘텐츠 소비 저력을 갖춘 시니어 소비자들의 힘
실제로 시니어 콘텐츠 소비자의 저력은 콘텐츠 산업의 흥행 지형을 서서히 바꿔 나가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콘텐츠 소비 주체’로서의 시니어 세대의 존재감은 이미 여러 지표에서 확인되고 있죠.
2020년대 새롭게 등장한 일명 ‘트로트 예능’ 포맷 흥행은 그 대표적인 증거 중 하나입니다.
‘국민스타 임영웅’ 신드롬을 일으킨 ‘미스터트롯(TV조선)’을 시작으로 ‘미스트롯(TV조선)’, ‘사랑의 콜센타(TV조선)’, ‘나는 트로트 가수다(MBC every1)’, ‘불타는 트롯맨(MBN)’, ‘현역가왕(MBN)’ 등
트로트를 앞세운 프로그램들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죠. 심지어 SBS는 지난해 말 트로트 장르만으로 무대를 채운 '2024 SBS 트롯대전'을 기획, 편성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콘서트, 뮤지컬 등을 즐기는 열정 역시 젊은이들 못지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트로트 스타 공연의 경우 고가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매진되어 티켓을 구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죠.
올 1월 열린 가수 나훈아씨의 은퇴 콘서트 서울 공연은 7만장에 달하는 티켓이 5분만에 매진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도 시니어 문화예술행사 직접 관람률*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2022년 30.3%에 불과했던 60대의 문화예술행사 직접 관람률은 2024년 43.7%까지 뛰어올랐습니다.
70대 이상 연령대의 관람률 비율 역시 2022년 14.8%에서 2024년 23.1%까지 상승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 문화예술행사 직접 관람 : TV, 스마트폰 등 매체를 통하지 않고 현장에서 관람함을 의미
많은 전문가들 역시 이러한 장년층 이상 시니어들의 콘텐츠 소비 현상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025 콘텐츠 소비 전망’을 통해 60대 이상 연령층의 경우 게임 콘텐츠를 제외한 모든 콘텐츠 영역에서 소비 지출액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장년세대의 스마트폰 및 인터넷 사용 증가로 다양한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콘텐츠 접근성이 강화되고 있다고 본 것인데요.
특히 OTT 동영상 콘텐츠, 유튜브 동영상 콘텐츠, 음악 콘텐츠, 웹툰·웹소설 콘텐츠 분야 내 소비 지출액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죠.
이는 곧 콘텐츠 산업 전반이 시니어 세대를 핵심 소비층으로 재정의해야 할 때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 이미 시작된 '시니어 콘텐츠' 전쟁
콘텐츠 업계 역시 이러한 시니어들의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시니어를 위한, 시니어에 의한, 시니어의’ 맞춤형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시점이 도래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인데요.
실제로 이러한 콘텐츠들의 화제성도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먼저 드라마, 영화에서는 ‘시니어 주인공’을 앞세운 콘텐츠가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연말 원로배우 이순재씨는 KBS 드라마 ‘개소리’로 KBS 역대 최고령 연기대상 수상자가 되었는데요.
91세의 나이에 수상 무대에 선 배우가 말하는 수상 소감은 세대를 넘어 감동을 준다는 평과 함께 화제가 되었죠.
그런가 하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1950년대 제주를 배경으로 한 감성적 스토리로 올 봄 주요 히트작으로 떠올랐는데요.
최근 인기작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중장년 주인공의 일대기를 조명한 것이 특징이죠.
이 작품은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 무려 8개 부문 노미네이트, 4개 부문 수상으로 최다 수상작의 영예를 거머쥐기도 했습니다.
올 4월에는 노년의 여성을 집중 조명한 또다른 콘텐츠 두 편이 선을 보였습니다.
60대 여성 킬러의 인생과 액션을 그린 영화 ‘파과’와 80대 여성의 사후 로맨스 코미디를 담아낸 ‘천국보다 아름다운’이 바로 그것인데요.
주로 3040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던 것과 달리 해당 나이대의 여배우인 이혜영씨, 김혜자씨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두 작품 모두 기존의 노년층 이미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신선한 시니어 캐릭터를 그려내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시니어가 스토리의 ‘배경’이 아닌, ‘서사의 주체’로 부상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보여지고 있는 것이죠.
리얼리티 연애 예능 역시 더 이상 젊은 층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그동안 매체에서 흔치 않던 중장년층의 '황혼 로맨스'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프로그램도 다각화되는 추세입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 사이에는 ‘끝사랑(JTBC)’, ‘실버벨이 울리면(LG유플러스)’, ‘이젠 사랑할 수 있을까(tvN STORY)’, ‘오래된 만남 추구(KBS2)’ 등
다양한 시니어 연애 예능 콘텐츠가 쏟아져 나왔죠. 이 같은 중장년 로맨스 프로그램이 다양화되고 있는 것은 시니어 연령대가 콘텐츠 소비 메인 타겟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일종의 방증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같은 현상은 국내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글로벌 OTT 역시 시니어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먼저 넷플릭스는 앞서 언급한 폭싹 속았수다 외에도 ‘그레이스앤프랭키’, ‘스파이가 된 남자(a man on the inside)’ 등 노년기 주인공들을 앞세운 시리즈물을 활발하게 선보이고 있죠.
그레이스앤프랭키는 시즌7까지 인기리에 방영되었으며, 작년 말 선보인 스파이가 된 남자 역시 올해 새로운 시즌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런가 하면 디즈니+는 노년의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앞세운 추리물 드라마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 시즌5를 올해 발표합니다.
이 작품은 매 시즌 에미상 후보에 오르며 명실상부 디즈니+의 대표 코미디 시리즈로 자리잡기도 했죠. 글로벌 콘텐츠 시장 역시 시니어 세대를 고려한 리포지셔닝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입니다.
🔶시니어는 TV만 본다는 '편견'은 버려라
디지털 기기 사용에 능한 중장년층 이상 시니어들은 비단 기존의 콘텐츠 뿐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역시 다양하게 즐기고 있습니다.
TV 프로그램만 수동적으로 시청하는 시니어의 이미지는 말 그대로 오래된 편견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를 잘 살펴볼 수 있는 가장 단적인 예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입니다. 유튜브를 즐기고, ‘최애 유튜버’를 적극 구독하는 시니어들은 이제 흔하게 만날 수 있죠.
노년기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니어 하우징 및 라이프 스타일 등 시니어 관련 유튜브 채널을 관심있게 살펴보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다양한 국내 시니어타운을 집중 분석하는 ‘공빠TV’, 현실적인 시니어 라이프를 담은 ‘98살롱’, 건강과 여가 등 시니어 관심사를 광범위하게 다루는
‘한국시니어TV’, 시니어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니어우대TV’ 등은 시니어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죠
케어닥 공식 유튜브 채널 역시 시니어 하우징 정보를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시니어 구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특히 시니어 하우징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제공 서비스 및 시설, 관련 정책 등 관련 내용을 더욱 다각적으로 담아내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쇼츠, 릴스, 틱톡 등 짧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숏폼 영상은 젊은 층뿐만이 아니라 시니어들에게도 인기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60대와 70대의 숏폼 콘텐츠 이용률을 각각 54.3%, 40%로 집계하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50대와 60대의 경우 숏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50대와 60대는 숏폼을 이용하기 시작한 이후 일상생활에서 집중력과 흥미, 가족 및 친구들과의 관계, 우울감이 좋아졌다는
응답자가 그렇지 않다는 응답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센터 측은 숏폼이 장년, 노년층 남성에게 개인여가를 보내는 방법이자 사회적 연결고리로 활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하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개인 의지에 의한 의도적 사용 비율이 높아진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시니어들의 콘텐츠 소비는 이제 장르나 플랫폼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게임 역시 시니어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사실 그동안 게임 콘텐츠 산업계에서 50대 이상 장년, 노년층은 주목도가 미미한 타겟이었습니다.
이들을 겨냥한 콘텐츠나 게임 역시 ‘치매 예방용’, ‘웰빙’ 등에 치중되어 있었고, 실제 해당 생애주기에 돌입한 시니어들이 몰입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그 수가 적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상당수 게이머들 역시 나이가 들고 있는 추세인데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조사한 연령대별 게임 이용률을 살펴보면,
50대는 44.6%, 60대는 31.1%에 달하는 이들이 게임을 한다고 응답한 바 있습니다. 조사에 응한 이들 중 50대의 경우 약 2명 중 1명, 60대 초반 역시 3명 중 1명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이죠.
특히 40대의 경우 60.7%가 게임을 한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약 10년 전인 2016년 50.8%에 비해 10%p가 증가한 수치입니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5060 게이머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쉽게 유추해볼 수 있죠.
이러한 현상이 잘 드러난 사례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가을에는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안녕하세요. 56세 로아(로스트아크)하는 아줌마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 하나가 유저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사별한 남편의 게임 계정을 유품 삼아 5년 간 게임을 즐겨온 50대 여성 유저가 계정 보호 조치로 접속이 차단된 상황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이 사연은 장년층이 젊은층 못지않게 게임 콘텐츠에 얼마나 몰입해 즐기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도 읽혔습니다.
이 밖에 웹소설, 웹툰 등에 관심을 가지는 장년, 노년층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심지어 유명 웹소설 플랫폼 중 하나인 문피아의 경우, 50대 독자들이 주 독자층인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죠.
🔶 콘텐츠 시장이 ‘시니어’ 자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시니어들의 콘텐츠 소비가 다각화하는 가운데, 이제는 시니어가 진짜로 원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니어들이 앞으로 콘텐츠 시장 내에서 점점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합니다. 하지만 일전에 ‘시니어 뷰티’ 편 케어레터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시니어에 대한 고정관념을 단순한 콘셉트 차원에서 활용해 시니어 타겟 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자칫 큰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 시장 역시 마찬가지죠.
‘액티브 시니어가 진짜로 원하는 콘텐츠’에 대해 직접적으로 조사한 연구도 있습니다. 신노년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참가한 응답자들은
▲건강, 여행 등 노인의 관심사를 반영한 콘텐츠 ▲평범한 ’보통의 노년층’이 출연하는 콘텐츠 ▲젊은층과의 소통을 돕는 콘텐츠 ▲속도, 편집 등에서 노인을 고려해 디지털격차를 줄인 콘텐츠를 요구했습니다. 반면 TV 프로그램에서 그려지는 노인의 부정적 모습들, 즉 괴팍하거나 무식하고 부족하게 보이는 묘사, 아프거나 불쌍하게 보이는 연출 등에 대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런 캐릭터에 대한 공감이 어렵고, 고정관념에 갇힌 노인의 이미지에 자존감이 하락한다는 응답도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시니어 콘텐츠는 시니어의 정서와 생활을 깊이 있게 담아낸 콘텐츠여야 합니다.
정서적 소속감을 높여줄 수 있고, 노인을 타자화된 이미지로 그려내지 않으면서도, 관심사에 부합하는 콘텐츠가 시니어들이 원하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점을 고려하면 문자투표, ARS 참여, 라이브 방송 및 관객 참여 등의 인터랙티브 요소를 적극 활용한 트로트 예능들이 크게 히트했던 이유가 이해가 되죠.
이 같은 점은 비단 영상 콘텐츠뿐만이 아닙니다. 시니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고 시니어의 생활에 활력을 더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앞으로 더 많은 어르신들의 선택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는 곧 ‘시니어의 감수성’을 제대로 읽는 콘텐츠가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시니어와 젊은 세대를 이어주는 콘텐츠’ 역시 산업적으로 주목할 만 합니다.
노년의 이미지와 감성을 긍정적으로 새롭게 정의하는 콘텐츠는 현재 시니어들의 자존감을 올려줄 수 있는 것은 물론, 향후 시니어가 될 젊은 세대들에게도 노년기의 롤모델이 되어줄 수 있죠.
실제로 시니어 인플루언서를 일컫는 ‘그랜드플루언서(Grand fluencer)’ 콘텐츠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2030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박막례, 밀라논나 등 시니어 유튜버가 세대를 뛰어넘어 사랑받고 있죠.
해외에서는 미국의 93세 인플루언서 베디 윙클(Baddie Winkle),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는 린슬레이터(Lyn Slater)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마치며...
사실 1차 베이비붐세대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문화 콘텐츠의 수혜를 입기 시작한 세대입니다.
이들이 막 성년으로 접어들던 1970년대는 흑백TV가 최초로 보급되는 것은 물론 세종문화회관이 문을 열고, 전국 곳곳에 문화예술회관이 세워지던 시기죠.
뿐만 아니라 이들이 30대를 보낸 80~90년대는 올림픽과 함께 한국 대중문화의 부흥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기입니다.
과거의 어느 세대보다도 풍부한 문화적 환경 속에서 인생을 보냈던 이들이,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단순히 감각적인 의식주의 충족에만 만족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출간한 ‘실버웨이브’에서도 다뤘듯 ‘노인은 아이가 아니다’라는 명제를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돌봄이 필요한 시니어라 해도 인지 능력이 건재하다면 취향과 선호는 그대로 이어집니다. 정정한 84세 노인이 4세 어린이를 위한 색칠공부와 놀잇감을 그대로 즐길 수 있을 리는 만무합니다.
의식주, 간병과 돌봄, 다양한 실버테크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결국 그 대상인 시니어는 ‘인간’입니다.
콘텐츠는 인간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놀이에 대한 본능을 해소하며, 정서적 만족감을 제공하는 중요한 창구입니다.
그렇기에 시니어를 위한 콘텐츠는 노년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요소죠. 그리고 시니어 콘텐츠 시장의 성장은 시니어의 삶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로부터 시작된다고 봅니다.
나이가 들어도 취향을 잃지 않고 풍부한 감성을 향유하며,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시니어가 생존이 아닌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꿈꾸며 오늘의 레터를 마무리해봅니다.
케어닥은 앞으로도 어르신들의 삶이 '지탱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충만함'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